[지상중계] 인터넷 주인 찾기 시즌 1 – 인터넷 실명제 컨퍼런스.

제한적 본인확인제,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 3년째를 맞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의 70% 이상이 이 제도를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다른 많은 조사에서는 악플 감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방통위의 여론조사 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많다.


15일 오후 블로거들이 모여서 인터넷 실명제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인터넷 주인 찾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연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순서로 계획된 이 컨퍼런스는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기획과 참여,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블로거들은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들에게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고 자기검열을 강제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블로거 제라드76은 지난해 미네르바 사건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100일 가까이 구속되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회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을 고소한 것과 관련, “포스팅 하나 때문에 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에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제라드76은 “만약 당신이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라면, 또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군인이라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토해양부 공무원이라면,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에 반대하는 삼성 직원이라면, PD수첩 수사에 반대하는 검사라면, 실명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제라드76은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블로거 새드개그맨은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 이전에 인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해외 교포나 그 자녀들의 경우 한국 사이트의 접근이 원천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어린이 전용 서비스 주니버는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돼 있어서 부모가 없는 어린이의 경우 가입조차 할 수 없다. 새드개그맨은 “국가 권력이 정보 접근권을 차단한다면 이는 인권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새드개그맨은 최근 가수 김장훈씨가 악플 때문에 못 살겠다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탈퇴한 것을 거론하면서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줄여준다는 믿을만한 통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싸이월드는 100%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사이트다. 새드개그맨은 “통계고 뭐고 다 필요 없다”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옳다고 말하려면 당신들이 직접 그 효과를 증명하라”고 주장했다. 새드개그맨은 또 “막연한 희망사항만 갖고 법을 만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드개그맨은 “세계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으며 중국이 최근에 검토하고 있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공산당의 일방 독재를 비판하는 ’08헌장’ 등 민주화 여론가 확산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개인정보 사전등록 등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새드개그맨은 “인터넷 실명제는 애초에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문제가 된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면서 “차라리 인터넷 실명제를 전면 확대해서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인터넷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도발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깨끗한 인터넷, 그건 유토피아를 만들려는 정치인의 꿈일 뿐”이라면서 “악플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걸 통제하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인터넷이 언제나 깨끗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드라마 추노를 예로 들면서 “주막집에 모여서 신세한탄도 하고 양반들 험담도 하고 그럴 자유도 없느냐”고 반문했다. 송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토론방의 댓글 쓰기를 줄여서 국민들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면서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아고라 메뉴가 메인에서 왼쪽 구석으로 옮겨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박준우 간사는 “투표로 말하세요”라는 공익광고를 보여주면서 “이게 사실은 ‘투표로만 말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선거 180일 이전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은 물론이고 여론조사나 서명운동, 심지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연극이나 영화 상영까지도 금지된다.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이중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박 간사는 “우리나라 선거법 잔혹사는 2004년 아이디 하얀쪽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패러디에 대한 탄압에서 시작해 2007년에는 김연수씨의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탄압으로 이어졌다가 올해는 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탄압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최근에는 4대강이나 단체급식 등 선거쟁점에 대한 단체행동까지도 선거법을 적용해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간사는 “정치참여의 기회를 제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 주권에 대한 부정”이라고 단언했다. 박 간사는 “선거만 지나면 다시 정치권이나 선관위나 국민들이나 선거법에 관심이 사라진다”면서 “2004년 이후 선거법은 계속 개악돼 왔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계속 위축돼 왔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2012년에는 바뀐 선거법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로거 제라드76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의 소수의견을 인용해 “흔히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지만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가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익명 또는 가명으로 이뤄지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는 블로거 펄의 발제였다. 펄은 “몇 년 전 방영됐던 악플방지 공익광고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거짓의 얼굴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과연 그렇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펄은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페르소나 이론을 인용해 “우리는 누구나 천개의 가면을 갖고 있으면서 상황에 맞게 꺼내 쓴다”면서 “그건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펄은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그 사람의 직업과 나이와 출신대학과 가족관계 등을 물어보지만 과연 그런 개인정보를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내 블로그를 꾸준히 읽는 사람들이 내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보다 나를 더 잘 알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펄은 “겉으로 드러난 나와 마음 속에 감춰진 나, 모두가 나를 구성하는 일부이며 이를 통합된 자아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펄은 인터넷 실명제를 15세기 베네치아공화국의 가면금지법에 비유했다. 카니발기간에는 귀족이나 천민, 하인 모두 가면을 걸치고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자유를 누렸는데 그게 현대에서는 온라인의 익명성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펄은 “인터넷 실명제는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 내면의 자아가 욕망을 추구하는 것을 막는 가면 금지법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블로거 민노씨가 “그동안 블로고스피어에서 만난 친구들을 돌아보면 그들과 대화하며 조금씩 신뢰를 쌓고 또 내밀한 우정을 키웠던 그 모든 과정에서 그들의 개인정보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편견으로 작용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블로거 이고잉도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사는데 이 가면의 총량이 나를 규정하고, 가면이 다양할수록 그 삶은 풍부해진다고 나는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로거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을 보장하기 위해, 또는 정치적 소수자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또는 오프라인과 전혀 다른 온라인 실존을 보장하기 위해 익명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고잉은 “익명성이란 보다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데 불가결한 것”이라면서 “나는 수입 쇠고기가 아니니 원산지 표시를 강요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제라드76은 “우리는 누리꾼들이 스스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규율과 규칙을 정립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네티즌들은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구성원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고 암묵적인 규율이 스스로 정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라드76은 또 “인터넷 실명제는 누리꾼들이 스스로 이러한 규율을 만들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라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없이 국가권력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규율은 짧은 기간 동안 처벌의 공포 때문에 지켜질 수 있겠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라드76은 “인터넷 실명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인터넷 실명제를 방문자와 거주민의 문제로 설명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전야 파리의 부르주아지들은 도시의 위생과 의료, 교육 문제를 도시 거주민의 입장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궁전에는 있는 것들이 도시에는 없는가. 카페와 살롱이 공론장이 됐고 그곳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싹이 텄다. 우리의 문제를 명확히 인식할 때 해법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해 혁명의 불을 지폈는데 여기서 거주민과 방문자의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강 연구원은 거주민 운동의 하나로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대학 점거운동을 든다. 대학교육의 시장화를 반대하는 이 운동은 아무런 중앙조직도 없었는데도 순식간에 유럽 전역 98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젊은이들은 트위터로 의견을 나누고 라이브스트림으로 현장을 생중계했다.

최근 그린피스와 네슬레의 분쟁도 온라인 관계망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네슬레가 인도네시아에서 원시림을 무차별 벌목하고 있다는 그린피스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네슬레는 법무팀을 동원해 이를 삭제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누리꾼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네슬레의 페이스북 홈페이지가 집중 공격을 당하자 일촌이 75만명에 이르는 이 홈페이지를 전격 폐쇄하기에 이른다.

강 연구원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단언한다. 과거에는 관계망이 먼저 있고 동기와 문제제기가 뒤따랐지만 이제는 관계망에서 이야기가 계속된다. 동기가 있어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저항을 조직한다. 강 연구원은 “거주민이 아닌 방문자들은 이런 현상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월드와이드웹의 방문자들이 만든 대표적인 엉터리 규제”라고 지적한다.

강 연구원은 “프랑스 혁명 전야 도시 부르주아지들이 카페와 살롱에서 도시의 문제를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제 월드와이드웹으로 우리의 주거지를 옮겨가자”고 제안했다. 거주민들이 늘어나고 관계망이 촘촘해지면서 그 밀도도 높아지고 있고 참여의 열망도 드높다. 강 연구원은 “이 새로운 사회질서는 방문자의 과제가 될 수 없다”면서 “이제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강 연구원은 정치인과 행정관료, 학자, 기업 등의 방문자들을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 연구원은 “그들 역시 함께 대화하고, 함께 호흡하며 고민하는 거주민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방문자로 남은 채 우리의 문제를 간섭하려고 한다면 단호하게 그 간섭을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그들이 우리와 함께 거주민의 일원으로서 고민한다면 언제라도 함께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실명제의 대안으로 새드개그맨은 익명 사용자와 실명 인증자와 접근 범위를 차등화하는 선택적 실명제를 제안했고 블로거 링크는 “단순히 인터넷 실명제 반대를 넘어 주민등록 시스템을 전면 폐기하고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단호한 정책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펄은 “가만히 앉아서 바뀌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해외에 서버를 둔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저항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포털 사이트 다음 관계자와 신생 벤처업체인 유저스토리랩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인터넷 언론사를 대표해 미디어오늘 관계자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이들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을 감소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사용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기업의 비용을 증대시키는 역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팀블로그인 블로그래픽 멤버들이 주축이 돼서 기획했으며 행사비용은 전액 참가자들이 갹출하고 행사가 끝난 뒤 후원금을 받아 충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들도 사례비를 받지 않고 참가했다. 컨퍼런스 발제는 모두 소리웹을 통해 동영상 생중계됐으며 트위터(#515B)에서도 실시간 트윗이 쏟아졌다. 행사 진행 전반과 발제 자료, 향후 프로젝트에 대한 안내 등은 블로그(www.ournet.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명제로 악플 감소 의문.”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 정혜승 실장.

“악플 감소 효과는 미미하거나 전혀 없고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 정혜승 실장은 15일 인터넷 실명제 컨퍼런스에서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뒷 7자리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도 인터넷 실명제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은 구글 같은 해외 사이트와 경쟁할 때 역차별을 당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인터넷 초창기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앞 다퉈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개인정보 보호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면서 “사용자들은 흔히 포털 사이트들이 개인정보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어느 지역 어느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어떤 뉴스를 많이 봤는지 등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 실장에 따르면 업계에서도 실명제가 과연 악플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실장은 “오히려 전체 댓글이 크게 줄어들어 여론수렴이 위축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또 “완전 실명제를 실시하는 사이트도 많지만 과연 악플이 사라졌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비실명 회원 가입이 가능한데 메일과 카페, 블로그 등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아고라나 뉴스 댓글 등을 쓰려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

정 실장은 “개똥녀 사건 이후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문제의식이 확산됐던 걸로 아는데 문제의 게시물은 실명제 사이트에서 먼저 올랐고 오히려 개똥녀의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이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다. 정 실장은 “실명제가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안이 취약한 중소 사이트들까지 관행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이메일과 비밀번호만으로 회원가입 가능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명제가 폐지될 경우 역기능을 우려하는데 처음 도입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과 NHN,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수백명 규모의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면서 악성 댓글과 권리침해 게시물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은 또 “불법행위 저지르는 사람들은 본인확인을 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만연돼 있어 본인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범죄수사의 경우는 아이피 추적 등의 다른 대안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해외 사이트들이 실명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언론사의 선택에 따라 실명을 쓰는 경우 댓글을 더 잘 보이도록 해준다든가 하는 정도일 뿐 우리처럼 강제적으로 실명확인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또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다음의 동영상 서비스가 크게 위축된 것과 관련, “우리 사이트가 부실해서 뒤쳐진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게 과도한 규제로 인한 역차별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튜브는 익명 가입이 가입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저작권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정 실장은 “같이 규제해 달라고 떼를 쓰는 건 우습지만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트위터와 아고라를 비교해 보라”면서 “트위터는 개인 공간이라서 실명제가 필요없다고 하지만 트위터도 미디어 기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처벌받지 않고 아고라는 처벌받고 이거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도 고민을 시작했고 사회적으로 문제의식도 확산되고 있어 변화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생 벤처 유저스토리랩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토드 태커는 “인터넷 실명제가 한국 인터넷 사이트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커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 실명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네트워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고 한국을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후진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할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온라인 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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