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면 이명박 찍었다는 사람은 없는데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다.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이면서 다수당이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도 한나라당이다. 서울시민들은 심지어 공정택 같은 사람을 교육감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 대선에서의 이명박의 득표율은 48.7%였다. 투표율이 63.0%였으니까 전체 유권자의 30.7%가 그를 찍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10명 가운데 3명이 찍으면 대통령이 된다. 참고로 2002년 대선에선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표율 70.8%에 득표율 48.5%를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4.3%의 표를 얻었다. 이명박보다 좀 더 많은 표를 얻긴 했지만 역시 10명 가운데 3명 꼴이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내 옆 자리 동료, 정치팀의 류정민 기자의 진단이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는 차이가 크다. 여론조사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물어볼 뿐 당신이 그날 투표하러 갈 것인지 여부를 반영하지 못한다. 지지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과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10명 가운데 투표하러 가는 사람은 6명 밖에 안 된다. 이 가운데 3명의 지지를 얻으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노무현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2002년 대선과 그의 탄핵 이후 2004년 총선, 그때는 노무현 지지자들 또는 한나라당 반대세력들이 강력하게 결집했다. 반면 이른바 2007년 대선에서는 잃어버린 10년에 분노했던 보수세력이 결집했고 2008년 총선에서는 뉴타운 바람을 타고 기대에 들뜬 중산층들이 한나라당에 표를 갖다 바쳤다. 민주당에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떨까.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이 분명히 우위에 있다. 16일 기준으로 주요 언론사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일보는 “오세훈 47%-한명숙 35%, 김문수 42%-유시민 30%”, 중앙일보는 “오세훈 50%-한명숙 28%, 김문수 39%-유시민 24%”, 동아일보는 “오세훈 49%-한명숙 32%, 김문수 44%-유시민 33%”로 한나라당의 압승이다.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도 “오세훈 52%-한명숙 36%, 김문수 45%-유시민 37%”로 큰 차이는 없다.

이쯤해서 과연 이번 선거에서 어떤 유권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갈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북풍이 먹힐까. 노풍이 먹힐까. 마침 이번 주 일요일(23일)이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다. 공교롭게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은 석가탄신일 연휴 전날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에 침몰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선거가 코 앞인 다음주 27일에는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노골적인 북풍몰이다.

그러나 이런 노골적인 북풍몰이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여전히 천안함은 의혹투성이다. 어뢰를 들고 나오긴 했는데 정작 천안함에는 어뢰를 맞은 흔적이 없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오늘 백분토론에서 강변한 것처럼 만약 북한의 공격이 맞다면 오늘 발표에 나온 군 관계자들은 모두 군법회의에 회부돼야 한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이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북풍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킬까. 반대자들을 결집시킬까.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천안함 사고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북풍몰이에 나설 경우 오히려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와 별개로 노풍은 벌써부터 민심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다. 노풍과 북풍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MB 심판이 명분을 얻는 가운데 정작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요소는 많지 않다.

이 국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북풍으로 노풍을 꺾고 월드컵 바람에 묻어 지방선거까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겠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숙하지는 않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번 선거는 그래서 여론조사를 뒤엎는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여론조사가 맞았던 적은 별로 없다. 아마도 경기도에서 유시민이 압승을 하고 서울시에서 한명숙도 선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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