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근로시간 면제한도, 이른바 타임오프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타임오프는 노동조합 전임자를 폐지하는 대신 단체교섭과 산업재해 예방 등의 업무에 종사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 규모에 따라 타임오프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히 대형 사업장의 경우 노조 전임자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노동부는 아예 ‘노조 전임자’라는 말을 없애고 ‘근로시간 면제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타임오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가 자율로 결정할 문제를 왜 국가권력이 개입하느냐다. 노동계는 이 제도를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부가 만든 타임오프 매뉴얼에는 근로시간 면제의 범위와 수준이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는데 규정된 업무 이외의 일을 할 경우 그만큼 임금을 공제하게 된다. 만약 매뉴얼에 규정되지 않은 업무에 임금을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당연히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일 성명을 내고 “날치기로 도입된 타임오프 제도는 원천 무효이며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은 법이 위임한 범위를 위배한 월권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타임오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는 “타임오프에 근거한 유급 전임자 해지와 현장복귀 등 사용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모두 거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전임자의 현행유지와 노조활동이 보장되는 단체협약을 쟁취할 것이며,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와 장악 시도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금속노조는 지난달 9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1일부터 사무금융연맹과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민주노총 주요 가맹 조직들로 파업을 확산시켜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방대한 분량의 타임오프 대응방안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노조법 제24조 2항과 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노동조합이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과 고시를 상회하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요구하여 단체협약으로 체결하는 것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노사합의에 따라 이 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 면제를 허용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쟁의행위 기간 중의 임금 지급에 대한 노사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합의는 사법상 유효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대 교수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상한을 초과해 합의하였다면 그 자체를 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된다”면서 “조문의 체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합의가 바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에도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법원은 “운영비 원조금지의 입법목적은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면서 “급여의 지급으로 인하여 노조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현저하게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 급여지급이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 내지는 투쟁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노사합의로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임금을 지급할 경우 불법이냐 아니냐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전임자 임금은 노사 자율협약의 대상이라는 입장이고 노동부는 타임오프 한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곧바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 형사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과 노동법 조항이 배치될 경우 어느 것이 우선이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노동계가 불리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양쪽의 입장을 기계적인 균형을 맞춰 소개하거나 노사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그칠 뿐 타임오프 제도가 노조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으며 애초에 노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조항의 취지를 완전히 거꾸로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일부 보수성향 신문들은 노동계에 일방적인 제도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일 사설에서 “타임오프 초기에 어느 정도 혼란과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면서 “장기적으로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고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사측이 노조와 슬그머니 이면계약이라도 체결한다면 타임오프 제도는 겉돌 수밖에 없고 노사관계 선진화도 물 건너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노동운동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들 신문들은 “무조건 법대로 하라”고 이를 거들고 있다.
동아일보는 “노사 이면합의가 적발될 경우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한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올리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노사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타임오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는데 이를 인용한 신문들은 도대체 타임오프가 어떻게 노사관계를 도약시킬 수 있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정부는 방침대로 노사를 막론하고 타임오프 관련 불법행위를 엄단하면서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 역시 경제 5단체의 결의대로 더 이상 노조에 굴복해 야합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노조 전임자는 노사 자율로 결정할 문제라는 노동계의 주장과 관련 “말이 자율이지 회사를 압박해 전임자 수를 자기들 멋대로 하려는 속셈”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종강 한울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투쟁적이어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인데 이런 발상이라면 대학교수에게 방학 기간에 왜 임금을 주느냐,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관리자에게 왜 임금을 주느냐는 질문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소장은 “노사관계가 균형을 갖추는 게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결여돼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 소장은 “외국에는 전임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외국은 산별노조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개별 사업장에 전임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 소장은 “노조 전임자는 기업별 노조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인데 이를 제한한다는 건 노동운동 자체를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 소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운동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군요~~~
잘 보고 가요~^^
이정환 기자님.
어제 술자리에 말씀하신
Daum에 그분 컨택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