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왜 유독 외국 언론에만 관대한 것일까. 국내 언론에는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와 ‘마사지’를 남발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고발과 소송을 불사하고 검찰을 앞세워 압수수색까지 단행했던 것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국제적으로 엄청난 외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민감한 발언이 외신에 보도됐는데도 아무런 사실관계 확인이나 해명도 없고 정정보도 요청조차도 하지 않는 이유도 의문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독도의 일본 이름인) 다케시마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는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의 통보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을 때 이 대통령은 “사실 무근이고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 발언으로 요미우리는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했지만 정작 청와대는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

최근 출간된 일본의 월간지 문예춘추 9월호에는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캐나다 G20 정상회담 도중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미일 동맹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질 경우 한국 국내의 군 시설을 제공하고 싶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때도 “대응할 가치도 없는 완벽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2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FTA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 많은 양보(more concessions)를 하겠다는 언급을 받아냈다”고 보도한 것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 어떤 양보를 약속하거나 한 일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지금은 곤란하다”는 발언은 요미우리 뿐만 아니라 아사히와 문예춘추도 비슷한 보도를 한 바 있다. 이들 언론은 아직까지 이 보도를 정정하지 않았다. “후텐마 기지를 한국으로 이전하자”는 발언은 회담 장소와 참석자, 이들의 반응 등이 기록돼 있는 등 앞뒤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다. “더 많은 양보를 하겠다”는 발언은 실제로 자동차 부문 등에서 추가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사실무근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흥미로운 건 국내 보수성향 신문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을 아예 기사화하지 않거나 이 발언이 미칠 파장을 축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후텐마 기지 발언과 관련 진위를 파고들기 보다는 “일본의 우익 매체와 국내 야당 및 좌파들이 미묘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언제부터 한국의 진보가 일본 우익 매체의 열렬한 신봉자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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