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대세 상승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장기 대세 하락을 전망하는 민간 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일부 있었지만 건설회사들 실적과 직결되는 주식시장에서 이런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KTB투자증권 백재욱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국내 주택 경기의 회복이 기대에 비해 더디고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동산 대책과 저금리 기조, 공급 위축, 전세값 강세 등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은 있지만 상승 강도가 건설업종 주가의 추가 상승을 이끌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백 연구원은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고 매도자들도 기대감에 매도호가를 낮추지 않아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 효과가 크지 않고 전세값이 강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매매가 대비 전세값 비율은 높지 않은 등 단기에 강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주택 경기가 호황이라고 하려면 신규 공급 주택이 연간 50만호 이상이 돼야 하는데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 신규 주택 수요는 43만호, 공급 목표는 40만호로 책정돼 적정 공급 규모가 과거에 비해 20%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향후 연간 주택 공급 50만호 시대는 다시 보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은 “직접 수도권 부동산 중개업소를 탐방해 확인한 바로도 매수 수요자들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매도자들은 막연한 주택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낮추기를 거부해 거래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단기간에 시장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6개월 안에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는 답변이 20.2%로 지난 분기 22.3% 대비 낮아졌다. 44%의 응답자가 주택 가격이 하락해야 주택 구입에 나설 것이라고 답변한 것도 주목된다. 백 연구원은 “매수·매도자 간의 지루한 공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주택이 7월 말 기준으로 10만6천호로 지난해 3월 16만5천호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지만 대부분 지방의 경우고 오히려 준공 후 미분양은 4만7천호로 더욱 늘어났다. 입주 3개월이 지났는데도 입주율이 50%가 안 되는 악성 단지의 비율도 7월 말 기준으로 20%가 넘어선 상태다. 신규 입주 5개 단지 가운데 1개 단지가 텅텅 빈 상태라는 이야기다.
백 연구원은 특히 지역에 따라 온도 차이가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주택 공급의 지역 편차가 심해진 탓에 현재 지방 미분양이 다 해소되기 전까지 향후에도 지방 공급은 제한적으로 늘어나고 수도권 위주로 공급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국적으로 주택 공급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주택 경기 호황을 맞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정부 차원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 금리 인상 가능성 등도 주택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백 연구원은 “주택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주택 비중이 높은 건설회사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향후 해외 수주가 늘어나는 상위권 건설회사로 투자범위를 제한하는 투자전략을 추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