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스마트TV 돌풍에 냉소적이다. 애플과 손을 잡은 방송사들이 일부 있긴 하지만 상당수 방송사들은 오히려 이런 변화가 향후 시청률 감소와 시장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방송사들이 연합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자체적으로 스마트TV 시대의 생존 모델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ABC와 NBC, FOX 등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훌루(Hulu)라는 이름으로 무료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600여개의 최신 TV 프로그램과 1천여개의 영화 및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고 월 9.99달러에 광고 없이 보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아예 TV에 관련 소프트웨어를 집어넣는 제휴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DVD 판매·대여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는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업체로 변신에 성공한 경우다. 1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이 16억달러, 순이익은 1억달러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최근 99달러에 셋톱박스를 뿌리고 있다. 셋톱박스를 TV에 연결하고 월 9달러를 내면 넷플릭스의 영화를 무제한 볼 수 있다.
지난 4월 월마트에 인수된 부두(Vudu)도 비슷한 서비스를 한다. 150달러짜리 부두박스를 TV에 연결하면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회사도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파나소닉, 도시바 등의 TV 제조회사들과 제휴해 커넥티드TV에 아예 부두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박시(Boxee)도 비슷한 서비스다.
최근 미국에서 유선방송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대체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유선방송 가입자가 132만가구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유선방송 수신료가 70달러 수준인데 이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10달러 안쪽이거나 무료다. 광고도 없고 주문형 비디오 방식인 것도 매력적이다.
유선방송 사업자들은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스마트TV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채널 사업자들을 압박하는가 하면 아예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리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보완재 성격이 강한 태블릿 컴퓨터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대세를 거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