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은 이 가운데서도 가장 짧은 글이지만 그의 문학을 관통하는 그의 글쓰기 방법론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이 글에서 “내가 쓴 심각한 작품은 어느 한 줄이든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맞서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지 오웰은 “우리 시대 같은 때에 그런 주제를 피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보기에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스스로에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순전한 이기심, 둘째, 미학적 열정, 셋째, 역사적 충동, 넷째, 정치적 목적. 조지 오웰은 “똑똑해 보이고 싶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오래 기억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 하는 건 허위”라고 말한다.

미학적인 동기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려는 충동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조지 오웰은 정치적 목적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정치적 목적이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조지 오웰은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조지 오웰은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 훌륭한 산문의 견고함, 이야기의 리듬, 글꼴과 여백 등 미학적 동기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기발하게 쓰기 보다는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면서 “내가 할 일은 내 안의 뿌리 깊은 호오(好惡)와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는 본질적으로 공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을 화해시키는 작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 가운데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을 돌이켜 보건데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 소리에 현혹됐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돼 있던 때였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펴냄 /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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