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서비스를 지난 석달간 테스트했다. 나는 ‘경제뉴스 톺아읽기’를 연재가 있는 날은 아침 5시, 없는 날은 7시에 출근한다. 8시 반까지 원고 마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면 1분 1초가 아쉽다. 그래서 전철 안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와이브로로 인터넷에 연결해 조간 신문 PDF 파일을 넘겨볼 때가 많다.

아직까지 프로모션 기간이라 요금제는 두 가지다. 1만원 기본료에 1GB를 무료로 쓰는 실속선언 요금제와 1만9800원에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자유선언 요금제가 있다. 실속선언 요금제의 경우 1GB를 초과하면 1MB에 25원씩을 내야 한다. 1GB를 초과해 2GB가 되면 2만5천원을 추가로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 요금제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고민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인터넷에서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 하면 기본적으로 1.4GB 이상이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웹 서핑을 하다 보면 1GB를 넘기기는 금방이다. 나는 그래서 자유선언 요금제에 가입했다. USB형 모뎀으로 노트북에 연결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석달 간의 테스트 결과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모뎀을 꽂고 초기화를 한 다음 접속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초 남짓. 속도 역시 유선 인터넷과 비교해서도 크게 답답하지 않은 정도였다. 빠른 구간에서는 500KB/s 이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평균은 200KB/s 미만.

문제는 지상에서 지하로 들어갈 때 또는 그 반대의 경우, 그리고 한강 철교를 건너갈 때는 한번씩 끊긴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실내에서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 창가자리에서는 접속이 되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아예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과 성남시 분당구에서만 서비스 된다는 것도 아쉽다. 지방 출장이라도 갈 때면 노트북이 있어도 따로 PC방을 찾아야 한다. 일산이라도 가려면 당산대교만 지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접속이 바로 끊겼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요금이다. 다른 많은 가입자들처럼 나도 내년 3월 정액제 프로모션이 끝나고 나면 바로 해지할 계획이다. KT도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KT 관계자와 전화 통화로 몇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 1만9800원 정액 요금이라면 쓸만한 것 같지만 종량제라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프로모션이 끝나는 내년이면 요금제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프로모션이 계속 진행될 수도 있고 부분 정액제를 병행할 수도 있다. 수요를 봐서 결정할 계획이다.”

– 음영지역이 많다. 언제쯤 해결 되는가. 음영지역이 해결되고 요금만 적당하다면 유선 인터넷을 해지하고 와이브로를 쓰겠다는 사용자들도 많다.
“서비스 초기라 어쩔 수 없다. 아직은 실내 보다는 실외에서 접속하는 수요가 많다고 보기 때문에 실내에서 접속하는 수요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강 교량 등 음영지역의 문제는 점차적으로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 가입자는 어느 정도인가. USB 모뎀을 쓰는 사용자와 전용 단말기를 쓰는 사용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가입자 수는 10월 둘째주 기준으로 7만명이 넘어섰다. 유형 별로는 모뎀 타입이 80% 정도, UMPC나 전용 단말기가 20%에 못 미치는 정도다.”

– 와이브로 사업부문의 손익분기점은 언제쯤 가능한가.
“아직은 투자하는 단계다. 손익분기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다.”

– HSDPA나 HSUPA와 속도 차이는 어떤가. 차별화 포인트는 뭔가.
“일단 속도가 훨씬 빠르다. HSDPA는 전국적인 커버리지를 원하는 사람이 쓸 것이고 서울에서만 쓸 사람이라면 와이브로를 선택할 것이다. 요금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

– 음영지역은 언제나 해결되나.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중계기를 늘릴 계획은 있지만 수요가 따라줘야 한다.”

와이브로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노트북을 펼치기는 약간 불편하지만 단말기가 발전하면 머지않아 신문을 넘겨보듯이 언제 어디서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종이 신문이 사라질 것이고 실시간 뉴스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고 스카이프를 비롯해 정액제 무선 인터넷 전화가 보편화 되면 이동통신사의 설 자리도 비좁아 질 것이다. 지금은 다만 과도기일 뿐이다. 와이브로와 HSDPA 가운데 어느 쪽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 통신과 방송, 콘텐츠 산업 전반이 어떤 방식으로 재편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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