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과정에서 뉴타운을 둘러싼 난리법석을 지켜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는 정말 이런 공약이 유의미한 득표율로 연결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사실 핵심은 뉴타운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가파르게 뛰어오른 아파트 값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겨레21의 지적처럼 오른 집값을 계속 유지시켜줄 후보를 고른 것이죠. 가뜩이나 이번처럼 낮은 투표율이라면 훨씬 더 강력한 변수가 됐겠죠.)
뉴타운 공약의 허위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언론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난 총선에서 “오 시장의 동의를 받았다”며 뉴타운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밀어붙인 가운데 오 시장은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고 선거 막판 핵심 이슈로 부각됐는데도 정작 언론이 이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국회의원 후보들의 요구가 많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 지정 대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추가 지정 계획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후 많은 언론이 이 인터뷰를 인용해 뉴타운 추가 지정 가능성을 확대 재생산했다.
오 시장은 뉴타운 공약이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후에도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총선 직전까지도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부작용을 감안해 뉴타운 추가 지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문제 삼았지만 여야 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정도에 그쳤고 결과적으로 투기적 수요를 부추겼다. 애초에 불가능한 거짓 공약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비판한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밖에 없었다.
대부분 언론은 뉴타운 공약과 관련 집값 급등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일찌감치 지난달 21일 <강북 중소형 아파트뉴타운에 주목하라>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선거 직전인 8일 <강북 발 아파트값 상승, 태풍 되나>에서 “가격이 뛰면서 계약서까지 썼다가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파기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도 7일 <몇달새 억! 도봉구 집값 왜 폭등하나>에서 “노원구와 도봉구에서 1년 새 50% 이상 가격이 오른 아파트가 30개 단지를 웃돈다”면서 강북 지역 주민들의 들뜬 기대와 가격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소개했다. 국민일보는 3일 <소형 아파트도 1억 훌쩍 “우리도 이런 날이” / 강북 집값 무섭다>에서 “지난 10년 간 강남권 부동산 호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강북 아파트가 오른다는 실감 난다”는 강북 지역 주민의 말을 전했다.
대부분 보수·경제지들이 강북 지역 집값 폭등에 주목하고 투기적 수요를 부추겼지만 정작 총선 관련 정치권의 움직임과 집값 폭등의 인과관계를 문제 삼고 뉴타운 공약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데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언론이 무책임한 총선 공약을 단순 인용 보도하거나 논란으로 확산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과 여당 후보의 당선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