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언급 없이 “값싸고 질 좋아 수입 불가피”?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값도 싸다. 대형할인마트에서는 쇠고기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없어서 못 판다고도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많다. 미국 사람들도 다 먹는데, 미국산 쇠고기 먹고 죽었다는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훨씬 싸고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왜 못 먹게 하느냐는 이야기다. 뼛조각 좀 발견되면 어떤가. 경쟁력 없는 축산업이 도태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쇠고기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런 무사태평한 발상은 다분히 정보의 왜곡 때문이다. 뼛조각의 의미와 광우병의 위험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철저하게 차단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 위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별히 뼛조각이 문제되는 건 여기에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위험물질로 확인된 바 있다. 광우병은 소의 뇌에 생기는 신경성 질환으로 공식명칭은 ‘우해면양뇌증(BSE)’. 소가 이 병에 걸리면 침을 흘리고 비틀거리다가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생겨 미친 듯이 난폭해지고 결국 죽는다.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린다. 인간 광우병을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고 하는데 이 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프리온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보다 작은 크기의 프리온은 정상적인 단백질이지만 전염성을 가지고 스스로 복제를 한다. 소의 뇌와 두개골, 척수와 척추, 편도, 내장, 장간막 등에 분포돼 있다.

살코기와 우족, 도가니, 꼬리, 간과 우유 등에서는 프리온이 발견된 바 없다. 우리가 뼛조각을 뺀 살코기만 수입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주목할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국내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자꾸 발견되는 건 미국 도축장에서는 뼛조각을 따로 발라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포장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미국의 공장형 도축장에는 애초에 뼛조각을 발라내는 시스템이 없다.

지난해 미국 쇠고기 공급량 1360만톤 가운데 수출 물량은 52만톤이 조금 넘는 정도다. 미국 축산업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생각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수출하기 위해 따로 뼛조각을 발라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뼛조각이 발견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뼛조각 없이 수출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부위를 따지지 말고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계속해서 압력을 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기네들도 아무 문제없이 잘 먹고 있는데 엉뚱하게 뼛조각 따위로 시비를 걸지 말라는 이야기다.

국내 언론의 보도에는 이런 맥락이 모두 빠져 있다. 미국산 쇠고기 관련 기사는 꽤나 쏟아져 나왔지만 광우병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독자들에게는 애꿎은 뼛조각 따위로 실랑이를 벌이는 정도로 비춰질 뿐이다. “미국산 소고기가 이렇게 맛있는데 국내 축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한심한 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뼛조각이 발견된 것은 지난 6일.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달 7일 선적돼 검역 대기 중이던 미국산 쇠고기 18.5톤, 618상자를 검역한 결과 한 상자에서 갈비뼈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8월 초 뼛조각이 발견된 이래 수입중단이 아니라 검역중단 조치를 내렸는데 검역을 시작하자마자 다시 뼛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검역원은 해당 수입 물량 전부를 반송 조치하고 해당 쇠고기 수출 작업장의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농림부가 일주일만에 다시 미국 정부와 쇠고기 수입 재개를 주제로 협상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당연히 부위를 가리지 말고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밀어붙였고 우리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는 곤란하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을 근거로 들고 있다.

“미국 사람들 다 잘 먹는데 뭐가 문제야?”

이런 와중에 임상규 농림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가 국제적 기준에 비춰 현저한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아직 없다”고 뒤통수를 쳤다. 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전이 담보된다면 어떤 적정 수준의 국제 관행에 맞는 수준의 쇠고기 수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11일과 12일 주요 일간지들은 임 장관의 이 발언을 비중있게 옮겨 실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관점의 차이다.

중앙일보는 “임 장관의 행보가 전임자들과 달리 시민단체나 축산농가보다 국제적 기준과 소비자 이익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만 지적했다. “국민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수입해야 소비자 후생이 좋아진다는 의견도 있다”는 임 장관의 말을 옮기기도 했다.

한국경제와 서울경제도 임 장관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데 그쳤다. 한경은 사설에서 “현행 수입 위생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인 후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광우병 위험을 단순히 위생 문제로 다루는 발상이 놀랍다.

국민일보는 “장관이 협상 마지노선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고 경향신문은 “미국이 펼쳐왔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어느 나라 장관인지 모르겠다”면서 “농림부 장관이 할 말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임 장관의 발언을 아예 싣지 않았다.

정부가 검역중단 1주일 만에 수입 재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도 언론의 반응은 덤덤하다. 쇠고기 수입 개방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국민일보는 “이르면 연내 미국산 갈비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고 한국일보도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국내 소비가 많은 갈비의 경우 이번 수입 조건 개정을 통해 개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도 “우리 정부는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을 고수하면서 갈비 등 뼈를 포함한 쇠고기는 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광우병 위험, 축소 은폐되고 있다.

14세기 중반 페스트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영국의 역사학자 수잔 스콧과 동물학자 크리스토퍼 던컨은 <흑사병의 귀환>이라는 책에서 “중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염병이 지금 잠복기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언제 또다시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페스트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광우병을 비롯해 조류독감이나 사스 등은 치명적인 전염성 또는 유전적 질병에서 인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조유독감의 확산에 대비해 백신을 비축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이미 1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타미플루를 확보하고 있고 미국은 39억달러의 예산을 마련, 2천만명분까지 늘릴 계획이다. UN은 조류독감이 확산될 경우 최대 1억5천만명까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200명이 채 안 된다. 그러나 광우병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 병이 소에게 쇠고기를 먹여서 생긴 병이라는 것이다. 미국 소들은 쇠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닭과 오리, 돼지고기를 먹고 자란다. 미국의 닭과 오리, 돼지는 쇠고기를 먹고 자란다. 교차 오염될 가능성 그리고 더 끔찍한 질병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우병은 시작일 수도 있고 조류독감이나 페스트 못지않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한갓 우려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때는 되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불행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언론의 여론 조작이 두려운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산 쇠고기가 가져올 광우병의 위험은 축소 또는 은폐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단순히 맛있는 쇠고기를 싸게 먹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를 더 좋은 조건에 팔기 위한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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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sun님에게
    우선 광우병에 걸린 증세가 일반 치매와 아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 뇌를 까보기 전에는 광우병인지 치매인지 알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 광우병환자의 수가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미국내에서 축산업계의 힘이 매우 큰편입니다. 그만큼 정계와 언론계에도 로비를 많이 하지요. 그래서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가 일반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답니다.

  2. 기사 잘 읽었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본문에 “미국 사람들 다 잘 먹는데 뭐가 문제야?”란 질문은 나오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는 듯 합니다. 정말 궁금한데요, 왜 미국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먹는 소고기의 광우병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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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y님께,
    기사 잘 읽었습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 경우는 비율로만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 또는 당신의 가족이 발병한 백만명의 한명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확률을 말씀하실는지요.
    자연스럽게 키우지 않은, 육식한 채식동물을 인간이 다시 먹는 것이 좋을 리가 없겠죠. 예방할 수 있음에도 자본주의의 이름하에
    아직까지도 미국의 많은 농가들이 육식사료들을 멕이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사육되는 소들은 많은 양이 수출용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몸에 안좋은 것은 이사람들도 안먹죠.
    현재까지 테이터를 근거로 제시하셨는데,
    제시하는 통계들은 당연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공되어 제시됩니다.
    우리에게는 이들의 기준이 국제적 기준이니까요.
    하지만 이정도까지 통계를 이야기하고 까발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위험수위라는 의미입니다. 가까운 일본도 수입 안하죠. 국제 기준으로 괜찮은데 왜 그럴까요?
    고기가 주식이 아닌 아시아에서도 이러한데,유럽에서는
    고기는 이들의 주식이므로 고기를 먹지않을 수는 없고,
    안좋은 고기들은 주로 하층민을 위주로 소비됩니다.
    유럽에서도 중상류층, 미국에서도 중상류층들은 그러한 먹거리들에 신경을 많이 쓰지요. 전 11년째 유럽에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볼 수 없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울 길거리에서 전보다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중하층민을 중심으로 점점 퍼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유럽인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특히 영국인과 프랑스인들) 고기, 광우병, 알츠하이머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공식적 인정은 아직까지는 절대 안하겠지만) 이 사람들 사이에서 조차 숨길수 없이 공공연히 느끼고 있는 감정들입니다.

    수입을 허가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아시아 최초로 광우병 잠복기 테스트 국가가 될수도 있을 것 같네요. 몇몇 사람들이 국민을 담보로 뭔가를 얻겠지요.
    헐리우드 영화들도 우리나라에서 테스팅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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