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RSS’라는 서비스를 하는 팩시아소프트라는 회사에서 사업 제휴를 하자면서 찾아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RSS를 모아다가 보기 좋게 만들어서 보여주고 거기에 광고를 붙여서 돈을 벌 생각이다. 너네 RSS를 갖다 쓸 수 있게 해주면 광고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겠다. 이미 많은 언론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굳이 이 서비스를 평가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웹 2.0을 걸고 나온 온갖 서비스들 가운데 이보다 형편없는 두더지 똥 같은 것들도 많이 봤으니까.

그런데 드는 생각은 첫째, RSS가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많나 보다. 둘째, RSS를 구독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를테면 나는 파이어폭스에 세이지 플러그인으로 구독하는데 브라우저에 통합돼 있어서 편리하다. 나 같으면 이처럼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울 것 같다.

셋째, 온갖 RSS를 모아놓는다고 과연 장사가 될까. 이건 긍정적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모든 언론사의 RSS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면 꽤나 편리하기도 하겠지만 이건 이를테면 네이버 뉴스와는 또 다르다. 수백 개의 기사 제목을 어떻게 다 훑어 볼 것이며 그 가운데 뭘 읽을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를테면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는 변별력의 문제다. 앞으로 뭔가 보완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RSS는 콘텐츠의 목록일 뿐 각각 정보의 우열에 대한 아무런 힌트도 주지 못한다. 그게 블로그의 RSS와 또 다른 점이다. 언론사들은 너무 많은 기사를 쓰고 이런 RSS 더미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태그도 없고 별점도 없는데 말이지.

한겨레의 RSS를 받아서 열어보는 것보다 인터넷한겨레에 들러서 제목이라도 쑥 훑어보는 게 도움이 되고 이왕이면 신문을 넘겨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여러 신문을 꼼꼼히 읽을 여유가 없다면 네이버 뉴스나 미디어 다음만 둘러봐도 오늘 뜨는 이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RSS 목록 모음이 그런 정보를 줄 수 있을까.

넷째, 이 회사가 주요 사업모델의 하나로 고민하고 있는 ‘오픈 IR’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 홍보나 IR 담당자라면 자기네 회사 관련된 이슈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싶겠지만 이미 네이버에서도 검색 결과를 RSS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누가 이런 서비스를 따로 유료로 사용하려고 할까?

다섯째, 누가 이 서비스에 광고를 붙이려고 할까. 이 사람들 말로는 사용자가 100만명이 넘으면 광고가 들어올 거라는데 과연 100만명이 날마다 이용할 만큼 이 서비스가 매력적이고 독특하고 스티키하면서 동시에 경쟁 배제적인가는 의문이다. 콘텐츠의 유통 채널을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과연 유효한 채널인지도 의문이다.

공짜로 뿌리는 RSS로 돈을 벌어보려고 하니, 참 답이 안 나온다. 웹 2.0의 기본 철학을 고민하면 아마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플랫폼으로서의 웹을 구현하고 있는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집단지성이 발현되고 있는가. 공허하고 식상한 구호처럼 돼 버렸지만 이게 바로 성공하는 웹 서비스, 살아남는 웹 서비스의 기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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