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는 ‘종결자’란 말이 유행어다. 한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한 상대를 다소 과장되게 일컫는 말인데 CJ가 미디어 전쟁의 종결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동부증권은 11일 데일리 보고서에서 “10여년에 걸친 미디어 산업의 구조조정이 되고 힘의 균형이 과거 플랫폼 사업자에서 콘텐츠 사업자로 넘어가면서 구조조정의 최종 승자인 CJE&M이 승자 독식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는 최근 업계 상황과 맞물려 설득력을 더한다. 지난해 말 엠넷미디어에서 만든 슈퍼스타K2가 1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CJE&M은 온미디어홀딩스가 계열사인 온미디어와 CJ인터넷, 엠넷미디어, CJ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등을 흡수 합병해 만든 회사로 동부증권은 “국내 유일의 종합 콘텐츠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보고서가 다분히 과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종편 이후 콘텐츠 기업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거라는 분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규 종편 채널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 스마트TV까지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제한된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JE&M은 국내 콘텐츠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콘텐츠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쳐 수직 계열화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CJ그룹과 오리온그룹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콘텐츠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오리온의 캐치온에 맞서 CJ가 채널CGV를 만들고 CJ의 엠넷미디어에 맞서 오리온이 MTV를 만들고 다시 CJ가 KMTV를 인수하는 식이었다. 영화판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CGV와 메가박스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2005년 IPTV 사업이 시작되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됐던 것도 잠시, 지난해 CJ가 오리온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CJ가 최종 승자는 된다.
김항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온미디어와 통신사의 컨텐츠 사업 포기로 콘텐츠 진영은 경쟁이 약화되는 반면 플랫폼 진영은 기존 지상파, 케이블TV에 이어 강해지는 IPTV와 종편 채널, 통신환경 확대로 급성장이 기대되는 뉴미디어 영역까지 콘텐츠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미디어 산업 구조의 헤게모니는 과거 플랫폼에서 콘텐츠 진영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 산업 특성상 초기투자 비용 부담은 매우 불확실한 반면 생산을 위한 한계비용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면서 “CJ그룹이 보유한 국내 최대 영화관 CJCGV와 SO 등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든든한 수요처는 다른 미디어 업체 대비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것이며, 제작과 배급의 수직계열화는 거래비용 감소와 판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집중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CJ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영화 기준 10년 영화배급점유율 40%를 차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CJE&M으로 콘텐츠가 집중되며 독점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영화 배급 뿐아니라 영화제작, 드라마제작, 기타 영상물 제작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CJ E&M의 콘텐츠 흡수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온미디어 인수 이후 CJE&M의 시청 점유율이 급증할 전망이며 경쟁이 완화되면서 콘텐츠 소싱 비용 및 프로그램 제작비 감소와 채널 교섭력 확대로 드라마틱한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 “CJE&M은 프로그램 장악력 측면에서 수신료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며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 CJE&M이 길고 긴 전쟁을 끝내고 승자 독식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유선방송을 비롯한 유료방송의 시청점유율이 오래 전에 지상파 방송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선방송의 시청 점유율은 2000년 21.5%에서 지난해에는 41.1%까지 늘어났다. 김 연구원은 “유선방송도 지상파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슈퍼스타K2의 성공의 의미는 꼭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잘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엄청난 부가가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새로운 미디어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면서 전문화되고 특화된 단품 형태의 프로그램 수요가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온 가족이 모여 1대의 TV로 한정된 시간에 1개 채널만 선택해 시청해야만 했기 때문에 콘텐츠 수요와 가치는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등 언제 어디서든지 개인 단말기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검색해 볼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는 처음 상품을 생산할 때는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지만 한번 생산된 콘텐츠는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복제가 가능하므로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강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거대 콘텐츠 기업의 탄생이 필수적인데 CJE&M을 넘어설 콘텐츠 기업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