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형 상품이다. 보험회사는 가입자들의 위험 정도를 완벽하게 알 수 없고 가입자들은 보험상품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특히 만기 때 납입 보험료와 운용 수익을 돌려받는 저축성보험의 경우 예정이율과 사업비 등의 내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혼동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저축형 보험의 과도한 사업비는 보험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론은 이를 알면서도 묻어두거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보험업계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식 편입비율이 높을수록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이 높다고 중앙일보가 13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E3면 <변액연금보험, 주식형이 웃었네>에서 “지난 1년간 종합주가지수가 17.5% 오른 덕분에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64개 가운데 3분의 2가 1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변액연금보험은 장기투자상품인만큼 적어도 주식편입비율을 50% 이상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변액연금보험은 SH&C생명의 노블레스변액연금 주식혼합형으로 수익률이 35.5%나 된다. 주식 편입비율이 70% 이상인 주식형 가운데서는 메트라이프생명의 마이초이스변액연금이 23.3%로 가장 높았다. 중앙일보는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자료에는 사업비가 빠져있다.
보험회사들은 납입보험료 가운데 예정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나머지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다. 사업비란 신계약비와 유지비, 수금비 등의 보험회사의 운영비를 말하고 위험보험료란 사망이나 재해에 지급되는 보험금 예비 적립금을 말한다. 납입보험료 가운데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수익률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실제 납입 보험료 대비 수익률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40세 남성이 월 100만원씩 20년을 납부할 경우 평균 1833만원이 사업비로 빠져나간다. 납입 보험료의 7.6% 수준이다. 13개 보험회사 가운데 미래에셋생명의 사업비가 가장 적었고 동부생명이 가장 높았다. 100만원씩 20년 납부할 경우 미래에셋생명은 1630만원, 동부생명은 2160만원을 예정사업비로 뗀다. 보험회사에 따라 최대 530만원, 전체 납입보험료의 2.2%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만약 납입기간이 20년이 안 될 경우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의 100%가 안 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훨씬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보험회사들은 7년에 걸쳐 납입보험료의 일부를 신계약비로 정산하는데 만약 그 전에 해약을 한다면 미정산된 신계약비를 한꺼번에 빼내가게 된다.
만약 5년 동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낸 다음 해약한다면 평균 92.7%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납입기간이 3년이라면 해약환급금률은 83.6%로 줄어든다. 1년 만에 해약을 하면 49.4%만 돌려받게 된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지 않을 거라면 해약환급금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생명보험협회는 홈페이지에서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예정사업비는 업체별 상대 지수로만 발표하고 있다. 다른 보험회사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비싼지 싼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내가 내는 보험료에서 어느 정도가 예정사업비로 빠져나가는지 그중에 얼마가 실제 사업비로 집행됐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예정사업비가 남는다고 해서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에 따르면 “일부 종신보험의 경우 최소 18개월 정도는 보험료가 아니라 사업비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 경우 18개월 전에 해약을 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중앙일보는 변액연금보험이 장기 투자상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장기가 아니면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의 보험관련 기사가 모두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은행의 연금관련 예금상품이나 증권사의 연금관련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수익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은행 예금이나 증권사 펀드는 운용 수수료 외에 사업비를 무려 7% 이상 따로 떼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만약 “보험상품이 필요하다면 저축형이 아닌 3~5만원 수준의 순수보장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장 내용은 같으면서 보험료는 훨씬 저렴하다는 이야기다.
올블로그를 보다가 딱 요즘 제 관심사랑 맞는 부분이라서 찾아왔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보험사에 취직을 하여 변액보험 하나 넣어달라고 성화인데, 제가 아무리 따져봐도 변액보험은 크게 장점이 없더라구요. 적금 같은 경우에는 보장된 이자를 확실히 얻을 수 있고 종신이나 손해 보험 같은 경우에는 큰 일을 당할 경우에 큰 돈을 얻을 수 있는데 반해, 변액 보험은 최소 10년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를 보기 십상이더군요. 좀 어중간한 것 같습니다. 10년 이상 자금을 묶어 둬야 하는 것 치고는 수익율이 낮은게 사실이죠. 게다가 사업비 같은 부분은 생각을 못했는데 알고 나니 더 꺼려지네요. 어떻게 해야 될지 무척 난감합니다.ㅠㅠ
sdjoon님이 “10년 이상 자금을 묶어 둬야 하는 것 치고는 수익율이 낮은게 사실이죠.”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물가상승률이나 은행 이율을 생각하신 것 같군요.
본래 변액보험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성격이 강합니다. 물가상승률이나 은행이율을 당연히 고려한 수익창출이 목적입니다. 묶어둔다는 표현은 변액보험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