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시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달 말 18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면 빨라야 3개월 뒤에나 다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더라도 곧바로 11월 4일 미국 대선이 코 앞이다. 현실적으로 미국 의회는 한미FTA 따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게다가 유력한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배럭 오바마가 한미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오바마가 집권하면 자유무역정책이 크게 후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신문은 특히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자유무역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다가도 막상 당선되고 나면 실리와 외교적 관계를 의식해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노동자 단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오바마는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미 파장 분위기에 접어든 한미FTA 논의를 전하는 언론의 반응이다.

조선일보는 20일 사설에서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러는 건가”라며 개탄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정말 속을 터놓고 소통을 해서 국민의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기 바란다”고 조바심을 드러냈다. 21일 사설에서는 “민주당이 대국적인 입장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면 오히려 국민들의 평가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거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 국가적 사안을 못 본 체 한다면 이 책임은 계속 그를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는 등 무차별 물귀신 작전을 벌이는 대목이 압권이다.

중앙일보도 21일 사설에서 “쇠고기와 FTA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전방위 압력을 가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 살림살이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일에 협력하지 않으면 무엇에 협력하겠다는 것이냐”며 손 대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20일 사설에서는 “(쇠고기 협상이) 추가협상 없이도 사실상 타결된 셈”이라며 “쇠고기 재협상을 빌미로 국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려는 정략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21일 사설에서 “한미FTA가 통과되면 오히려 쇠고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FTA에 위생검역 조치에 관한 규정이 있어 이를 근거로 우려 사항에 대한 협의와 조정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동아일보는 “그런데도 야당이 쇠고기 문제와 연계해 FTA 비준 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한미FTA 찬성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거듭 재촉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도 꺼져가는 한미FTA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일경제는 21일 사설에서 “이러다간 우리만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쇠고기 논란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마냥 지속하는 것은 국민의 염원인 경제 살리기를 어렵게 할뿐더러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는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며칠 안 남았지만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며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 보수·경제지들은 한미FTA의 비준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남은 임기 안에 비준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맥케인보다는 오바마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누가 당선이 되든 연내 비준은커녕 내년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 우리나라만 서둘러 비준을 하고 나면 닭 쫓던 개 꼴 되기 쉽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만약 한미FTA가 통과되고 난 뒤 문제가 터져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기라도 할 경우 당장 국제 투자자 소송에 걸리게 된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부풀려진 한미FTA의 경제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한미FTA와 함께 들어올 미국식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없었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모두가 마음이 떠났는데 도대체 누굴 붙들고 애원할 생각인 것일까. 왜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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