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배럭 오바마의 경제 정책은 조지 부시 전임 대통령과 180도 다른 방향에 있다. 공화당이 법인세 인하와 조세 감면을 통해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강조해 왔다면 오바마와 민주당은 큰 정부를 표방하고 규제 강화와 부자 계층에 대한 증세, 저소득 계층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물론 오바마는 매력적인 사람이고 그의 당선은 정말 놀랍고 감격적인 일이다. 한 사람이 모든 걸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의 당선이 중요한 변화를 이끄는 변곡점이 되기를 바란다.)

오바마는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도탄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구조적 부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서는데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을 쏟아 부어야 하고 그런데도 회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있다. 오바마의 입지는 매우 좁다.

첫 번째 궁금증은 과연 오바마가 위기의 발화 지점인 월 스트리트의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느냐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감독 강화나 처벌이 아니라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용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과연 오바마가 시장에 맞서 시장을 배반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두 번째 궁금증은 오바마가 과연 기득권 계층에게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인가다. 과연 상위 5% 부자들의 세금을 저항없이 더 늘릴 수 있을까.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데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까.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서민들 표를 모으는데 크게 기여했던 국민건강보험 역시 요원한 과제다.

세 번째 궁금증은 이미 미국의 쇠락한 경쟁력을 무엇으로 살릴 것이냐다. 보호무역이 해답이 될까. 오바마는 미국 산업과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공약으로 내걸고 700만개의 일자리를 장담했는데 설령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재검토하고 무역장벽을 높인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일본과 우리나라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결국 오바마의 선거 공약 가운데 어느 하나도 최근 경제 위기와 관련, 쉬운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자유시장 시스템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는 원칙적인 규제강화 방안 외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바 없다.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마지막 유세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조세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건 제가 부자들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부자들을 사랑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자가 됩시다. 그게 미국의 꿈입니다. 그게 미국이 나아갈 길입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멋지긴 하지만 그의 연설은 공허하고 그가 말하는 꿈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CNBC는 최근 인터넷판 기사에서 미국 차기 대통령의 다섯 가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어떤 형태든 세금 인상을 생각지도 말라고 조언했다. 이 방송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어느 집단에 부담이 돌아가느냐와 별개로 시장 관계자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해 오바마의 증세 정책이 반발에 부딪힐 것임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 내부에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실용주의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자유주의 보다 실용주의에 가깝다는 게 해외 주요 언론의 평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시 정부의 신보수주의가 물러나고 오바마의 실용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당장 미국 경제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사회보장개혁과 국민건강보험 도입 등 복지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는 미국의 재정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이는 정부 지출구조와 조세체계 전반의 수정을 통한 장기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원은 “오바마의 당선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미국 국민들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면서도 “당장은 경제를 안정화시키고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고 구조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아래는 저질 개그. “누가 감히 우리 오바마님을 좌파라고 그래?”

“오바마는 좌파 아니다” 열 받은 조갑제.

극우보수 성향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당선이 유력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보가 좌파가 아니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씨는 5일 월간조선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등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진보는 주로 공산주의자나 친공세력을 가리킨다”면서 “한국의 우파들이 오바마를 좌파라고 부르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우파들이 국내에서 좌파라고 부르는 세력은 거의가 반 헌법, 반 국가적이고 친북적이고 반역세력으로 분류돼야 할 이들도 많다”면서 “오바마를 좌파라고 부르는 것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모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우파들이 오바마를 좌파로 부르면 남한의 좌파들이 오바마를 우리 편이라고 우길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우파적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시각도 나빠질 것이고 한미관계도 좋아질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또 “6·25 남침 때 미군을 보내는 결단을 내려 한국을 살려준 사람은 민주당의 트루먼 대통령이었다”면서 “이런 정당의 후보를 한국의 우파가 ‘좌파’라고 부른다면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오바마는 아메리칸 드림의 신봉자”라며 “북한 핵은 북한 자위수단이라고 어거지를 쓰는 한국의 사이비 좌파들과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미국은 좌경국가가 되거나 사회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나라”라며 “오바마의 삶이나 정책을 세밀히 살펴보면 그는 철저히 미국적 가치에 함몰돼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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