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32.2%나 폭락했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25.7%나 폭락했다.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25.5%의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에 투자했든 해외에 투자했든 펀드 투자자들은 한 달 사이 평균 4분의 1 이상 평가자산이 줄어든 셈이다.


분노한 펀드 투자자들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요 언론이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데 관점은 조금씩 다르다.

한겨레는 4일 “원금 손실 희박하다더니… 쪽박 펀드 법정에 세운다”라는 기사에서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가 원금 2천만원이 2만6천원으로 줄어든 황아무개씨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직원 설명으로는 한국전력과 우리금융 주식에 투자하는 데 연 12% 이율이 보장된다고 했고 혹시 주가가 45% 이상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는 게 한겨레가 전하는 황씨의 주장이다.

이 펀드는 한국전력과 우리금융 주가에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는데 문제는 애초 이 ELS의 발행사가 BNP파리바였는데 이를 리먼브러더스로 바꾸면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손실이 급증하게 된 것. 이를 투자자들에게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이 향후 법정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툼이 될 수 있다. 황씨는 “나는 주식, 펀드 한 번도 안 하고 예금, 적금만 해왔던 사람”이라며 “왜 쌀집에 쌀 사러 간 사람에게 쌀은 팔지 않고 빵을 사라고 꾀어서 썩은 빵을 파느냐”고 말하고 있다.

투자의 손실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설령 예금, 적금만 해 왔던 사람이 은행의 꼬임에 빠져 펀드에 가입을 했더라도 손실이 나면 그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 설령 썩은 빵을 팔았더라도 이를 판매한 은행이 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줬고 투자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면 문제 될 게 없다.

리먼브러더스의 날벼락을 맞은 황씨의 사례는 좀 특별한 경우지만 대규모 환헤지 손실을 입은 역외 펀드의 경우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애매하다. 한국경제는 26면 “역외펀드 이중손실… ‘펀드업계의 키코 사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외 펀드의 손실이 -55%였는데 실제로는 원금 2천만원이 275만원으로 줄어든 한 투자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경우 문제는 1년 전 환율이 900원 수준에서 최근 1400원 언저리까지 오르면서 대규모 환헤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

일부 역외 펀드는 평균 손실률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판매회사의 환헤지용 선물환거래의 환차손(원금의 40% 이상)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펀드를 환매해도 사실상 원금을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환헤지를 걸어놓아 손실이 급증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경제는 “키코 사태처럼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4일에도 “개인판 키코 사태 폭탄 터지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투자자들은 판매사가 환위험에 따른 손실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 “금융감독원도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통화옵션상품인 키코 사태에서 보듯 지금까지는 기업 단위의 투자자와 판매사 간의 분쟁이었다면, 이젠 개인 투자자와 판매사 간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언론이 지적하고 있지만 펀드의 불완전 판매는 은행 창구에서 펀드 판매를 허용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번호표를 뽑아들고 여러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손실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할 시간이 없고 창구 직원이 펀드는 물론이고 복잡한 파생상품의 구조에 대해 전문 지식도 없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수익률을 과대포장하거나 투자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의 불완전 판매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상당수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대목은 소송으로 가도 이길 확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고 투자 설명서를 배부 받았다는 내용의 서류에 자필 서명을 하고 난 뒤라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의 결정적인 과실이 아닌 이상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나 급격한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헤지 손실 등은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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