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C가 오늘(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공모 규모가 1500만주, 4500억원에 이르는데다 이 회사가 (주)SK의 지분 31.82%를 보유하고 있는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될 거라는 전망 때문에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주)SK가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SKC&C는 이를테면 지주회사 위의 지주회사가 되는 셈인데 이 회사 지분 가운데 64% 가량을 최태원 회장 등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 언론이 SKC&C가 상장한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고 있지만 정작 그 의미를 제대로 짚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재테크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을 뿐 SK그룹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는 아예 관심 밖이다. SKC&C의 상장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바뀌게 되는 것일까.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되며 그 이익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SK그룹은 그동안 SKC&C가 (주)SK를 지배하고 (주)SK가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을 지배하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다시 SKC&C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왔다. SKC&C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SKC&C 지분을 공모 물량으로 내놓으면서 일단 순환출자 구조는 끊기고 SKC&C→(주)SK→SK텔레콤·SK네트웍스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이루게 됐다.
먼저 SKC&C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66% 정도가 계열사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45%에 이른다. SK텔레콤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들이 총수일가가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C&C가 더 많은 이익을 낼수록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상장으로 이런 시스템이 바뀌게 될까. 경제개혁연대는 10일 성명을 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곧바로 선진적 지배구조의 확립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SKC&C의 상장으로 총수일가가 막대한 주식 평가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최태원 회장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다시 정리하면 SKC&C는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면서 손자회사인 SK텔레콤과 거래에서 수익의 상당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SK텔레콤이 SKC&C의 지분을 확보해 100% 자회사로 두는 게 일반적일 텐데 실제로는 SK텔레콤에서 받은 돈으로 SK텔레콤을 지배하면서 이 회사를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로 만들어 왔던 셈이다. 이번 상장으로 얻게 될 1조원 이상의 평가이익도 고스란히 최태원 회장의 몫이 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를 집중 비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SK그룹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SKC&C가 SK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이 이익이 최태원 회장에게 흘러가는 회사기회 유용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SK텔레콤와 SKC&C의 거래관계를 청산하는 등 총수일가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SK그룹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의 삼성SDS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토에버시스템즈, 한화그룹의 한화S&C 등 대부분의 재벌그룹에서 SI 관련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동원되는 사례가 지적돼 왔다. 총수일가가 지배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SI 계열사에 거래를 몰아주고 이 회사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나가는 방식인데 이를 비판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언론이 지주회사가 기업 지배구조의 대안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주회사 전환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SI 계열사는 기업 지배구조의 맹점으로 지적돼 왔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문제다.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것 못지않게 그 과정에서 그룹 지배구조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가는지 면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할 텐데 언론의 관심은 떡밥으로 흘러나온 공모주 투자에만 머물러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향후 (주)SK와 SKC&C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평가다. SKC&C의 주가가 크게 오른다면 모르지만 두 회사 주가가 연동돼 있기 때문에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대주주 지분비율이 20% 미만으로 줄어드는데 총수일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대체로 (주)SK보다는 SKC&C가 투자가치가 더 높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