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타임즈, “수습기자들, 경찰서에서 살면서 잠도 못자고 술은 엄청 마셔.”

미국의 일간지 로스엔젤레스타임즈가 한국의 수습기자들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소개했다. LA타임즈는 최근 “한국의 수습기자 훈련소(South Korea boot camp for cub reporte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수습기자들은 경찰서에서 살면서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엄청나게 술을 마셔야 하는 수개월의 훈련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LA 타임즈 기자가 경찰서를 찾아 “기자들이 자는 곳이 어디냐”고 묻자 경찰서 관계자가 어두운 복도 끝을 가리키면서 “가장 더러운 방을 찾아보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 신문은 “10명의 기자들이 침대 역할을 하는 10×12피트의 비좁은 바닥에서 함께 잔다”면서 “이들은 집에 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고 샤워도 거의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잠을 못 자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한 한 여성 수습기자는 “최근 어느 날 마지막 보고를 끝내고 나니까 새벽 3시였는데 두어 시간 뒤에 있을 아침 첫 보고를 위해 한숨도 자지 못하고 다른 경찰서로 이동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한두달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하지만 늘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LA타임즈는 한국 기자들의 과도한 음주 문화에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 신문은 “수습기자들은 마라톤 술자리를 견뎌내야 하는데 심지어 점심 때부터 마실 때도 있다”면서 “기자들은 이를 업무의 연장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여성 기자들에게는 압력이 덜하지만 상당수는 위장 약을 먹어가면서 술자리를 버텨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기자는 “한국에서는 좋은 기자가 되려면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30세의 늦깎이로 수습기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지난 밤 2병의 소주와 1병의 막걸리, 10병의 맥주를 마시도록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수’는 술이 기자라는 직업에 필수는 아니라면서도 “한국에서는 술을 많이 마셔야 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26세의 여성 기자는 샤워할 때도 휴대전화를 들고 간다고 말했다. 그의 사수가 언제 전화를 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사수의 허락 없이는 밥을 먹을 수도 없고 마음편히 쉴 수도 없다. 그는 “나는 다 컸고 대학도 졸업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뭘 위해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한 선배 기자는 “아이티 사태를 생각해 보라”면서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은 기자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면서 혹독한 수습기자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LA타임즈는 “이처럼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수습기자들은 스스로 생존의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경찰서의 직원과 친구가 되거나 다른 수습기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번갈아 가며 불침번을 서면서 잠자는 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한 여성 기자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적게 자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한 기자는 “기자로서 독립성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지만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언론계 은어로 흔히 ‘사쓰마와리(察廻)’라고 부르는 수습기자들의 경찰서 붙박이 근무는 비인간적인 혹독한 노동조건 때문에 폐지하자는 주장이 늘 계속돼 왔지만 현장을 뒤지면서 팩트를 찾아내고 취재원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단기 훈련 코스로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 아래 수십년 동안 지속돼 오고 있다.

그러나 사회부 경찰발 기사의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경찰서장을 만나러 갈 때는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라”거나 “형사들을 형이라고 부르라”는 등의 변화된 현실과 맞지 않는 취재 관행 등 개선될 부분이 많다. 외신 기자의 눈에 낯설게 비춰졌듯이 인맥을 동원한 사적인 술자리에서 이뤄지는 정보교환 등도 후진적 취재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많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저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나 싶다.)

참고 : 사쓰마와리.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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