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집단 백혈병 사태에 침묵하던 언론이 삼성전자를 ‘꿈의 공장’이라고 부르며 낯 뜨거운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죽음의 공장이 꿈의 공장으로 돌변한 셈이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직원이었던 박지연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뒤 1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삼성전자는 6일 경기도 용인 기흥 사업장에서 ‘삼성 나노시티’ 선포식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나노시티가 ‘꿈의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기사들은 삼성전자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의 건물 외벽에 감성적인 그래픽을 넣고 노천 카페와 피크닉 공간을 만들고 이동 갤러리와 웰빙 산책로 등 여가와 체육 공간을 확충하고 젊은 직원들 기호에 맞춰 도넛이나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가게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캠퍼스처럼 활동적인 공간으로 바꾼다는 의미에서 사업장이 아닌 캠퍼스로 부르기로 했다.

권오현 사장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활력이 넘치는 조직과 일터를 만들자”고 선포했다. 언론이 비춰진 이 같은 이미지는 방사선과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돼 8명이나 숨졌던 열악한 작업환경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 가운데 백혈병과 림프종 등 조혈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22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산업재해 판정조차 받지 못했다.

박씨의 죽음은 한겨레를 제외한 그 어느 방송과 신문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 나노시티 선포식은 거의 대부분 신문에 떴다. “나노시티로 제2 신화”(머니투데이), “삼성 반도체 사업장 꿈의 일터로”(파이낸셜뉴스, 서울경제), “삼성전자 모든 반도체 사업장… ‘나노시티’로 불러주세요”(매일경제), “삼성 반도체 공장 캠퍼스 기운 ‘팍팍'”(삼성전자) 등 삼성 사보를 방불케 하는 기사가 언론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외벽을 바꾸고 노천 카페와 웰빙 산책로를 만든다고 해서 꿈의 공장이 될까. 그 꿈이 혹시 악몽은 아닐까.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는 입을 닫으면서 기업이 뿌린 보도자료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화려하게 포장해 내놓는 한국 언론의 초라한 현실, ‘꿈의 사업장’ 기사가 더욱 씁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백혈병 환자들은 이런 기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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