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끌어 온 박정희 명예훼손 재판이 끝났습니다. 문제의 기사가 말지에 게재된 때가 2004년 6월,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영씨가 저와 이종태·이정무 등 말지 편집국장 등을 함께 고발한 때가 2006년 12월이니 벌써 5년이 다 돼 갑니다. 검찰이 1심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무죄,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식상한 결론이 되겠지만 그동안 걱정해 주시고 격려와 축하의 말씀을 전해주신 여러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신 이정희 변호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런저런 뒷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간단히 판결문을 요약해 봅니다.
“사자의 명예훼손죄는 사자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보호 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이 구성 요건의 내용을 이룬다. 이러한 주관적 인식의 유무는 그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이상 적시된 사실의 내용, 허위가 아니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 표현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규범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적시된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사자의 명예 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돼야 하고 또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도 한계가 있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글의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각 공소 사실에 대해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박 전 대통령이 일본 군대에 복무하면서 친일 행위, 구체적으로는 간도군 특설부대원으로 활동하면서 항일 독립군 토벌에 나선 사실이 있느냐의 여부였습니다. 여러가지 학설이 엇갈리고 있는데 법원은 어느 쪽이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인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박 전 대통령이 독립군 토벌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고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사를 내보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명예훼손을 이유로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논쟁이 차단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될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의 만주군 행적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진실을 가리는 일은 여전히 학계와 언론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 : 박정희의 딸에게 고소를 당하다. (이정환닷컴)
참고 : 박정희 명예훼손 재판 최후 진술. (이정환닷컴)
참고 : 당연하지만 기쁜 소식. (이정환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