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빼고 다 빌려줍니다.”

파이낸셜뉴스 10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자동차에 국한됐던 리스 산업이 헬기와 요트, 시추선, 크레인, 승강기, 개인휴대단말기(PDA), TV, 소프트웨어 등으로 넓어지면서 이용 범위가 고가 상품은 물론이고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왜 이런 제목을 단 것일까. 한때(19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기도 했지만 이런 발언은 애초에 화자나 청자나 남성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그 본의와 상관없이 역설적으로 마누라와 자식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대상으로 상정하는 다분히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 마누라 빼고 다 빌려준다’는 이 기사의 제목 역시 마찬가지다. ‘마누라’를 빌려주거나 빌려 쓸 수 있는 다른 어떤 것에 비교하는 발상 자체가 여성을 대상화하는 남성 중심적 시각을 암묵적으로 반영한다. 여성 독자들을 배제하는 화법이면서 남성 중심적 편향된 가치관을 공고히 하는 문제있는 제목 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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