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를 기억하는가. 로스차일드 펀드의 회장이었던 그는 IMF 외환위기 직후 외자유치에 목말랐던 우리 정부를 마음껏 가지고 놀았던 악명 높은 기업 사냥꾼이다. 윌버 로스는 IMF 직후 우리나라에 들어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규성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유종근 당시 대통령 특별 고문 등을 만나며 칙사 대접을 받았다. 그의 첫 번째 사냥감은 1997년 12월에 도산한 재계 12위의 한라그룹이었다.
윌버 로스는 이른바 로스차일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는 걸 내놓고 한라그룹 계열사들에 브리지론 형태로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정부의 기대를 한껏 높여놓았다. 외환보유액에 목이 말랐던 정부로서는 윌버 로스의 제안이 마냥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브리지론이란 급한 자금을 단기 차입하는 걸 말한다. 이 경우는 부실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부채를 청산하고 정상화시킨 뒤 다시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부도 직후 한라그룹의 채무는 모두 6조 1894억 원이었는데 채권단이 그 가운데 3조 8137억 원을 탕감해줬고 실제 채무는 2조 375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로스차일드는 그 가운데 1조 5325억 원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한라그룹이 떠안았다. 문제는 그 1조 5325억 원조차도 로스차일드가 모두 부담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외화를 들여오겠다고 떠들면서 정부를 기쁘게 해놓고선 정작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국내 은행에서 조달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은 2000년 국정감사에서였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로스차일드가 10억 달러의 외자 유치를 약속하고도 실제로는 3억 4500만 달러만 들여왔다”고 폭로했다. 로스차일드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기금의 위탁 운용을 맡고 있으면서 그 기금을 닥치는 대로 끌어다 쓰기도 했다. 로스차일드가 한라시멘트나 한라건설 명의로 지원받은 금액만 1986억 원이나 됐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던 셈이다.
로스차일드는 그렇게 사들인 한라시멘트를 프랑스의 라파즈에, 한라펄프를 미국 보워터에, 한라공조의 캐나다 법인을 미국 포드에 각각 나눠 팔았다. 만도기계는 만도와 위니아만도(만도공조)로 분리돼 각각 선세이지와 UBS캐피털 컨소시엄에 팔려나갔다. 로스차일드는 만도기계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도 6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890억 원밖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3160억 원은 은행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할 여력도 대출 받을 자격도 안 됐다는 사실을 이용해 알짜배기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그 과정에서 브리지론 수수료로 260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외자유치는커녕 엄청난 국부유출을 초래한 셈이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로스차일드를 겨냥해 “IMF 극복을 위해 외자유치가 절실했던 우리 정부와 기업들 약점을 악용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그 과정에서 윌버 로스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결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한때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면 로스차일드와 손잡고 회사를 정상화시킨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모든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상화 이후 한라시멘트의 경우 정 회장의 지분은 16%에서 30%로 오히려 늘어났다. 참여연대는 2000년 6월 성명을 내고 윌버 로스와 정 회장이 지분 보호를 조건으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특히 분할 매각된 만도기계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스차일드는 만도기계의 인수 직후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권력을 투입하고 노조를 짓밟기도 했다. 만도기계는 정상화된 뒤에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만도기계는 만도와 위니아만도로 분할 매각됐는데 두 회사 모두 대규모 배당과 유상감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졸속매각의 후유증은 오래 갔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는 2005년 기준으로 매출 1조 5처억 원에 당기순이익이 1500억 원에 이르는 건실한 회사다. 만도를 인수한 선세이지는 2003년 5월과 12월, 두차례 유상감자를 통해 2010억 원의 자금을 빼내갔다. 2004년에는 배당으로 364억 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배당성향이 60%에 이르는 파격적인 배당이었다. 선세이지의 투자금액은 1890억 원이었는데 이미 그 이상을 빼내간 것이다.
물론 선세이지는 지금도 73.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선세이지는 독일의 지멘스와 컨티넨탈, 미국 TRW, 우리나라 현대자동차 등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매각 가격이 1조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1조 원만 해도 선세이지는 거의 7배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선세이지는 JP모건과 어퍼너티 등이 합작해 만든 투자회사다.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다.
사정은 위니아만도도 마찬가지다. UBS캐피털 컨소시엄이 위니아만도를 사는 데 들인 돈은 2350억 원. 이 가운데 1400억 원은 LBO 방식으로 조달했다. LBO(레버리지드 바이아웃, Leveraged Buyouts)는 차입형 기업 인수의 줄임말이다.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인수한 뒤에 자산을 팔아 갚는 방식이다. 여기서 레버리지(leverage)란 지렛대라는 뜻인데 차입금을 지렛대 삼아 적은 돈으로 큰 기업을 인수한다는 의미다.
위니아만도는 UBS캐피털 컨소시엄에 매각된 이후 2005년까지 6년 동안 2110억여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 컨소시엄은 그동안 2번의 유상감자로 1350억 원, 3번의 배당으로 722억 2000만 원 등 모두 2072억 2000만 원을 빼내갔다. 그 과정에서 차량 사업부문을 매각해 1100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정리하면 UBS캐피털 컨소시엄은 950억 원을 들여 2072억 2000만 원을 빼내갔다. 원금은 물론이고 1000억 원 이상 추가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UBS캐피털 컨소시엄의 뒤를 이어 위니아만도의 대주주가 된 씨티그룹벤처캐피털은 2006년 2월 14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전체 발행주식의 19.6%에 이르는 1041만주를 유상감자하기로 결정했다. 매수 금액은 5083원, 액면가 500원의 10배가 넘는다. 이번 유상감자로 씨티그룹벤처캐피털이 받아간 돈은 자본금의 2배 규모인 529억 원에 이른다.
씨티그룹벤처캐피털은 또 만도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합병시켜 만도홀딩스의 부채 1159억 원을 위니아만도에 떠넘기기도 했다. 100% 대주주인데다 위니아만도가 이미 상장 폐지된 회사라 씨티그룹벤처캐피털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상장 폐지된 회사는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현황을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심지어 직원들조차 최대주주가 바뀐 사실을 나중에 언론에서 보고 확인했을 정도였다.
돌아보면 1997년 만도기계의 부도는 한라그룹의 방만한 경영과 순환출자, 그리고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벌이 떠난 빈자리를 선세이지나 UBS캐피털, 씨티그룹벤처캐피털 등 외국 자본이 차지하게 나선 것이다.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 때로는 임금 반납까지 감수하면서 회사를 살려낸 만도기계 노동자들의 희생은 과연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이 엄청난 국부 유출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외환 위기를 야기한 정치인과 외환 위기란 불을 급하게 끄는 데에만 연연한 사회 지도층의 책임이겠지요. 씁쓸합니다.
쳐쥑일넘이다.김대중과 그일당들 ,반역자들이지.
로스차일드의 만도매입가격이 1890억원이라고 하셨는데요, 아래에 보면 선세이지의 매입가격도 1890억원이라고 되어 있네요…어느게 맞는건지 수정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