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이 다 팔리지 않아도 비행기는 시간이 되면 출발한다. 여행사들은 항공권을 대량으로 블록 구매하기 때문에 안 팔리는 항공권은 헐값이라도 받고 넘기는 게 이익이다. 그래서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을 판매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출발 직전의 항공권을 반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운 좋은 경우도 있다.
온라인 광고에도 이런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요즘은 언론사 사이트마다 온갖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그래도 남는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이를 광고 인벤토리라고 하는데 언론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헐값에라도 광고를 채워 넣는 게 이익이다. 더 비싼 광고를 받을 수 있다면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반의 반값에라도 내놓을 용의가 있다.
‘애드 익스체인지’는 광고 인벤토리를 사고파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를테면 오른쪽 상단 광고가 1개월에 500만원인데 아직 광고를 받지 못했다면 특별히 이번 달에만 3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걸 광고주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다. ‘애드 익스체인지’란 이런 정보를 모아서 올려놓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애즈닥(Adsdaq)이 가장 큰 애드 익스체인지 사이트고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애드ECN이나 야후에 인수된 라이트 미디어, 구글에 인수된 더블클릭 애드X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덱스미디어가 유일하다. 아직까지는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언론사 온라인 광고 담당자들이 이 곳에 남는 광고 인벤토리와 가격을 올려두면 광고주들이 적당한 언론사와 위치를 골라 광고를 집행한다. 애덱스미디어는 “광고도 쇼핑처럼 쉽게”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는데 실제로 인벤토리를 골라 장바구니에 넣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은 온라인 쇼핑몰과 거의 비슷하다.
지금까지 언론사 사이트의 온라인 광고는 광고 지면의 일부를 광고 대행사에 떼어다 팔고 대행사가 광고주들을 모아 이 곳에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 배너 광고도 있지만 광고 효과를 훨씬 웃돌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애드 익스체인지는 대행사를 끼지 않고 광고주와 언론사의 직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테면 경향신문과 한겨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5개 언론사의 기사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1개월 동안 광고를 내는데 500만원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여러 언론사에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 좋고 언론사 입장에서도 헐값이긴 하지만 어차피 안 팔리고 남는 공간을 팔 수 있어서 좋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애드 익스체인지 광고는 타겟을 설정할 수 있는 구글 애드센스나 오버추어의 검색광고와는 다르다. 애드 익스체인지가 성공하려면 중소 광고주들이 매력을 느낄 만큼 광고비가 충분히 저렴해야 하고 동시에 광고 효과도 보장돼야 한다. 땡처리라고는 하지만 좋은 광고 지면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땡처리 항공권 시장이 전체 항공권 가격을 떨어뜨릴 정도로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이 시장은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어있는 광고 지면은 얼마든지 있고 대행사들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 이후 아직까지 남아있는 많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 가운데 하나다.
(예산 500만원의 견적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