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에 손해 금액 2508억원을 변제했으나 재판이 끝난 뒤 이를 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일 YTN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법원에서 손해 금액이 결정되면 사후 정산하기로 이면 합의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는 재판 직후 22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281억원을 이 회장에게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 회장은 양형에 참고해 달라며 두 회사에 각각 969억 원과 1539억원을 지급했으나 당시 양형 참고 자료에는 사후 정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이 이 회장에게 지급받은 2508억원을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았거나 다시 돌려줬을 거라는 이유로 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만약 이 회장과 이를 수령한 두 회사 대표이사들 사이에 사후정산 조건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삼성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 등은 당시 재판부에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 자료를 제출한 셈”이라며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재판부에 알렸는지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YT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회사가 받은 이 회장 돈을 확정적인 수입으로 보기 어려우며 분식회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이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며 이 전 회장 등이 이 회사에 미친 손해 금액이 227억원이라고 판결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1999년 5만5천원에 거래되던 삼성SDS BW를 7150억원에 인수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지만 납부한 세금은 20억원이 채 안 됐다. 이 사건에 관련된 삼성그룹 임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상태다.

그러나 YTN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과 두 회사 사이에 법원에 낸 서류 외에 또 다른 약정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이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형식적으로 두 회사의 손해 금액을 변제하는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애초에 법원에서 손해 금액이 결정되면 정산하기로 했었던 것”이라며 “이에 따라 무죄 판결이 난 삼성에버랜드는 받은 돈의 전액을, 유죄를 받은 삼성SDS는 법원에서 확정한 손해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당초 이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양형 참고 자료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주주들의 손해액이 공소장 기재 금액보다 훨씬 적을 수도 있으나, 피고인 이건희는 더 이상 이 사건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적정가치를 따지지 않고 공소장 기재 손해액 전액을 지급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손해 유무를 떠나 회사에 지급했다는 돈이 알고 보니 재판이 끝나면 다시 회수할 돈이었다면, 이는 법원과 두 회사의 주주들, 나아가 전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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