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애플과 공동으로 기획·개발한 태블릿 컴퓨터 전용 유료 신문, ‘더데일리’가 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루퍼트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과 폭스TV, 마이스페이스, 20세기폭스사 등을 소유한 뉴스코프의 회장이다. 더데일리의 창간은 구독자와 광고가 동시에 급감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종이신문의 해법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실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애플 아이패드에서만 서비스되지만 다른 태블릿 기기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데일리는 100페이지 분량으로 뉴스와 가십, 오피니언, 아트&라이프, 앱&게임, 스포츠 등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 한 번 발행되며 구독료는 1주일에 99센트, 1년에 39.99달러로 책정됐다. 2주 동안 체험판 사용이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비주얼에 신경을 써 신문이라기 보다는 일간 잡지 같은 느낌을 준다. 회전목마라고 불리는 독특한 인터페이스도 돋보인다. 축소된 페이지들을 넘겨보다가 툭 터치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뉴욕포스트 편집국장 출신의 제시 안젤로가 초대 편집국장을 맡았고 머독이 소유한 여러 언론사들에서 최정예 멤버들을 스카웃해 100여명의 기자들로 편집국을 꾸렸다. 머독은 초기 개발비로만 3천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에 50만달러의 운용 비용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지만 일단 올해 안에 전체 아이패드 판매 대수 가운데 5% 수준인 200만대에만 더데일리가 보급돼도 큰 성공이라는 게 머독의 구상이다.
전문 아나운서가 기사를 읽어주는 기능도 있고 일부 기사에서는 HD급 고화질 동영상도 제공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시원시원한 사진 기사들도 태블릿 뉴스의 장점을 잘 살린 것으로 보인다. 처음 접속하면 전체 뉴스를 다운로드 받는데 5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용량이 상당하다. 트위터와 페이스 북 등 소셜 네트워크 지원 기능도 충실하다. 더데일리의 기사는 태블릿으로만 볼 수 있고 향후에도 종이신문이나 웹으로 발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나온 태블릿 신문이 기존의 신문이나 잡지, 방송 콘텐츠를 태블릿에 맞게 가공한 정도에 그쳤다면 더데일리는 애초에 태블릿을 타깃으로 특화된 콘텐츠를 공급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전체적으로 속보보다는 분석 기사와 가벼운 읽을거리 위주의 기사가 많다. 유명 인사의 기사 옆에 그 사람의 트위터 타임라인이 뜨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기사만 따로 모아서 볼 수도 있고 360도 회전 가능한 사진이 뜨는 등 인터페이스도 혁신적이다.
당초 더데일리의 창간식은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참석할 예정으로 장소도 애플의 본사에서 가까운 샌프란시스코로 잡았다가 잡스가 병가를 내면서 뉴스코프 본사에서 가까운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변경됐다. 머독은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아이패드는 종이, 잉크, 인쇄, 운송 비용이 필요없기 때문에 신문을 구할 것”이라며 “이는 전통적인 신문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형태가 달라진 것일 뿐”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아직 더데일리의 성공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데일리의 콘텐츠와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39.99달러를 내는 200만명의 정기구독자를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재미도 있지만 더데일리의 콘텐츠가 기존의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아직까지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일단 더데일리는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모색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아이패드를 구매한 사람에게는 연간 39.99달러가 큰 부담이 안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비주얼한 구성 덕분에 광고까지 빛을 발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창간 이후에도 날마다 이런 풍성한 콘텐츠를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의 종이신문과 그들의 웹 서비스와 차별화를 부각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