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와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그리고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등이 진행하는 딴지라디오, ‘나는 꼼수다’를 들어보니 언론의 역할이 사실 전달과 분석, 해설은 물론이고 탐사 보도와 발굴 특종 뿐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을 다시 해석하고 그 의미를 짚어내고 끊임없이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영역까지 포괄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는 바뀌지 않는 현실에 너무 쉽게 익숙해진 건 아닐까.

나는 김용민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1년 반 가까이 출연한 바 있다. 그의 순발력과 통찰력, 명확한 상황판단을 존중해 왔지만 ‘나는 꼼수다’에서 그의 재능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냥 서너명이 모여서 왁자지껄, 자기들끼리 신나게 웃고 떠들고 온갖 육두문자와 막말을 남발하지만 이 독특한 팟캐스트는 그 어떤 주류 언론도 하지 못했던 진실을 날카롭게 파고 든다.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각하 헌정 방송’이라고 말하는 ‘나는 꼼수다’는 주마다 한 번씩,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까지 방송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용민씨 표현에 따르면 “아무리 통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감옥에서 스마트폰을 쓰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BBK와 도곡동 땅, 청계재단, 중수부 폐지, 남북회담, 인천공항 등 이 대통령의 꼼수를 집요하게 파고 든다.

흥미로운 건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지만 그걸 다시 끌어내서 뒤집고 토막치고 지지고 볶고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고 새로운 의제가 설정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다시 들으면 놀랍고 피가 끓어 오른다. 그건 그동안 주류 언론이 ‘나는 꼼수다’만큼 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는 꼼수다’만큼 친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쉽게 과거를 잊고 너무 쉽게 너그러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꼼수다’는 공동체 라디오인 마포FM의 스튜디오를 빌려서 방송을 녹음하는데 딴지일보의 파일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2천만명에 육박하는 시대에 ‘나는 꼼수다’는 이미 브로드캐스팅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돈은 안 된다고 하지만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물론 콘텐츠가 뒷받침돼야겠지만 ‘손석희의 시선집중’ 못지 않게 영향력과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꼼수다’는 ‘섬세한 각하’의 얄팍한 처세와 권모술수가 얼마나 잘 먹혀드는지, 그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키득키득 웃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옳지 않은 것들에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진실을 숨기거나 묻어둘 수는 있지만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 그게 이 어설픈 방송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안드로이드폰에서는 http://old.ddanzi.com/appstream/ddradio.xml
아이폰에서는 http://itunes.apple.com/us/podcast/id4386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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